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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KI의 가장 보통의 하루

초봉 4500만원이던 '의류 벤더 회사' 탈출해서, '프리랜서'로 살아남기

by KIKI (키키) 2022. 1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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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연봉자의 삶을 내려두고, 퇴사한 이유

 직장인들의 애환을 담은 한국 드라마 '미생'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회사 안은 전쟁터지만, 회사 밖은 지옥이다."

 

 최근에는 회사라는 '전쟁터'의 용병이 되기 위해서도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해야 한다. 내가 처음 입사한 회사는 초봉 4500~ 부터 시작하는 한국 Top-Tier 의류 Vendor 회사였다.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서 자기소개서 작성을 시작으로 인적성 TEST, 4번의 면접, 회사 자체시험, 6개월간의 인턴 과정을 거쳐서 정직원이 되었다. 1년 3개월간의 회사생활은 물론 즐거운 일도 많았으며, 눈물도 많이 흘렸고, 배운 점도 많았다. 회사의 업무강도가 워낙 높기 때문에, 회사에 아직 재직 중이었다면 이렇게 글을 쓰고 있을 생각은 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왜 그렇게 어렵게 들어간 회사에서 퇴사했을까? 간단하게 말하면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서.'이다. 주변 사람들은 회사에 다니면서 two-jobs를 하라고 조언을 해 주셨지만, 그러기엔 회사의 업무강도가 무척이나 높았다. 의류 벤더 회사의 일과를 간단하게 작성하자면 다음과 같다. 5:30 기상 -> 8:00 출근 -> 메일 확인 -> 부자재 업체와 전화 및 일정 확인 -> 샘플 스케줄 확인 -> 샘플 제작을 위해 봉제 언니들과의 대화-> 바이어 회의 참석-> 바이어와 이견 조율 -> 남은 부자재 발주서 정리 및 업체에 발송 -> 퇴근 -> 집 도착 22:00, 개인 정비 후 취침 준비 11:30 취침. 끝.

 

 절대적인 시간과 체력이 부족했다. 하지만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았다. 대학 시절부터 운영하던 인스타 그림에 그림도 자주 업로드 하고 싶었고, 글도 쓰고 싶었고, 입사 이전 만들던 동영상들도 계속 올려서 유튜브에 올리고 싶었다. 무엇보다 다른 일을 이 정도 노동강도로 한다면 분명 훨씬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근무했던 여의도의 풍경, 야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2. 퇴사를 100번은 넘게 고민했다. 

그렇다고 내가 쉽게 종잇장 날리듯이 퇴사를 한 것은 아니다. 기성세대들은 요즘 아이들은 쉽게 퇴사를 결정한다고 말하지만, 100번도 넘게 고민한 것 같다. 회사에 입사를 하게 되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책임을 다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회사에 소속되었다는 소속감에서 오는 안정감, 열심히 살고 있다는 뿌듯함이 있다. 특히 내가 입사할 때 회사 동기가 30명 이상이며 그들의 성격과 협동력이 무척 좋았기 때문에 헤어지고 싶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나를 가장 고민하게 한 것은 부모님의 편안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부모님께서는 3남매를 키우셨는데, 그중 나는 둘째이다. 첫째는 결혼했고 막내는 아직 대학생이다. 둘째가 안정적인 회사에서 사회생활을 하니 분명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셨을 것이다. 그래서 사실 퇴사하는 날까지도 부모님께 퇴사 사실을 말씀드리지 못했다. (+마지막 출근을 한 날 이후 1주일이 지날 때까지도 아무 말도 못 드렸다.)

 

그렇게 고민하면서도 퇴사를 한 이유는 5년 뒤의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같은 일상을 살아간다면 내가 꿈꾸던 30 중반의 모습으로 나아가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하루하루가 모여 일생이 만들어지지만, 그 하루하루가 사실 너무 힘들었다. 내가 근무했던 팀은 10명 이상이었으며, 나 이외의 모든 선배와의 경력 차이가 5년이 났다. 궃은 일은 주로 막내가 하는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에 1년간은 막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했던 것 같다. 퇴사하기 직전에 이 어려움에 대해서 말했을 때 알바생을 한명 한 명 뽑아 주셨지만, 이미 몸과 마음이 지칠대지칠 대로던 것 같다. 몸은 하나인데 지시하는 사람의 수가 너무 많아서 항상 일이 많았다. 그래도 이런 생활을 1년이1년 이상니 어디서도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 하나는 생겨서 좋다고 생각한다. 

 

2-3년차 차이의 선배나, 같은 직급의 동료가 있었다면 조금 달랐을까?

3. 그래서, 앞으로는 무슨 일을 해볼까 ? 

 이미 주사위는 시원하게 던졌고, 나는 지나간 일에는 후회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타입이다.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이 명확하게 있었기 때문에 지금 하는 일이 나와 맞지 않다는 것을 빠르게 깨달은 것 같다.


 나는 작은 가게를 하고 싶다. (가게의 콘셉트가 정말 명확하지만, 나의 신분이 밝혀질 수 있으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 ) 그리고 그 가게의 벽에는 나의 작품들을 걸어 둘 것이다. 퇴사 이후 오일 파스텔 작품을 자주 작업하는데, 벽에 걸어두면 정말 예쁠 것 같다. 이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일단 카페 일을 해 봐야 한다. 오전 카페 알바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중이지만, 레슨 시간과 겹쳐서 어려움이 있다. 참고로 나는 예술 대학을 졸업했기 때문에 최근 미술 레슨을 하고 있다. 개인 강의는 물론 그룹 강의도 하고 있는데 훨씬 즐겁게 근무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앞으로 내 인생은 어떻게 흘러갈지 잘 알 수 없지만, 내가 많은 업무량을 수행했었고, 힘든 시간들을 잘 견딘 사람이라는 것을 상기하며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나는 나를 응원한다. 그리고 많이 아낀다. 그렇기에 이런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한번 태어난 인생, 모든 것을 도전해 보고 최선을 다하고, 나를 책임지며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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